④ 수면과 오토파지, 세포의 대청소 시간
나는 지난 글을 통해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첫 번째 관문으로 스트레스와 편도체 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마음을 다스리고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라면, 그다음 단계는 밤의 치유로 이어져야 한다. 내가 건강에 있어서 '수면'을 스트레스 관리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면은 단순히 낮 동안 지친 몸을 뉘어 쉬게 하는 소극적인 휴식이 아니라, 세포가 스스로를 재생하고 온 몸의 쓰레기를 치워내는 '고요한 기적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잠을 자는 동안 온몸의 기능이 멈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몸의 세포들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 오히려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음식을 소화시키고, 움직이고, 생각하느라 미처 하지 못했던 대대적인 '세포 수준의 대청소'가 바로 잠든 사이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청소의 핵심 메커니즘이 바로 '오토파지(Autophagy, 자가포식)'와 뇌를 청소하는 '글림파틱 시스템'이다.
밤이 되면 문을 여는 세포 재활용 공장, 오토파지
오토파지는 한 문장으로 말해 세포 내의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십조 개의 세포 안에서는 매일 끊임없이 활동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기능이 떨어진 미토콘드리아나 변성된 단백질 같은 세포 내 노폐물이 쌓이게 된다. 오토파지는 세포가 이 쓰레기들을 스스로 주머니에 가두어 분해한 뒤, 우리 몸에 다시 필요한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경이로운 생명 현상이다. 이 놀라운 메커니즘을 규명한 학자가 2016년 노벨생리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오토파지는 현대 의학이 발견한 가장 위대한 치유의 열쇠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이 오토파지가 아무 때나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포들은 몸에 끊임없이 영양분이 공급될 때는 청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외부로부터의 영양 공급이 중단되고 몸이 공복 상태에 들어가면, 세포들은 비로소 생존을 위해 내부의 쓰레기들을 모아 태우며 청소를 시작한다. 인간이 하루 중 가장 길고 안정적인 공복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언제이겠는가. 바로 깊은 수면을 취하는 밤의 시간이다.
우리가 밤에 깊은 잠에 들면, 생체 시계의 리듬과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에 맞추어 온몸의 세포들이 일제히 오토파지 모드로 전환된다. 강력한 항산화제인 멜라토닌이 세포들에게 청소 시작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 성장호르몬이 낮 동안 상처 입고 손상된 조직들을 복구하고 재생하는 작업을 총지휘한다. 만약 수면이 부족하거나 밤늦게 음식을 먹어 이 수면 중의 공복을 깨뜨려 버린다면, 우리 몸은 단 한 번도 제대로 청소되지 못한 채 매일 독소를 품고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다.
깊은 잠 속에서 흐르는 뇌의 맑은 시냇물, 글림파틱 시스템
수면이 주는 정화의 기적은 몸의 세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의 정신과 기억을 관장하는 '뇌' 역시 잠든 사이에 완벽한 세척 과정을 거친다. 우리 몸은 림프관이라는 하수도를 통해 노폐물을 배출하지만, 딱딱한 두개골로 둘러싸인 뇌에는 림프관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낮 동안 치열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동안, 뇌세포 사이에는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 같은 독성 쓰레기들이 필연적으로 쌓이게 된다.
뇌는 이 쓰레기들을 어떻게 치울까? 비밀은 우리가 '깊은 잠(논렘 수면)'에 빠졌을 때 풀린다. 우리가 깊은 수면에 진입하면, 뇌세포들은 신기하게도 자신의 크기를 평소보다 약 60%나 줄여 세포 사이에 넓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틈새로 뇌척수액이 맑은 시냇물처럼 파도치며 밀려 들어와 뇌세포 사이에 엉겨 붙어 있던 독성 단백질 쓰레기들을 깨끗하게 씻어 가 버린다. 이를 과학계에서는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하룻밤만 잠을 설쳐도 다음 날 아침 머리가 무겁고 정신이 멍하며, 짜증이 쉽게 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잠을 자지 않았다는 것은 밤새 뇌에 쌓인 하수를 청소하지 못해, 어제 쓰다 버린 쓰레기 속에 뇌를 그대로 방치한 채 하루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수면은 뇌를 맑게 비워내고, 우리가 온전한 나 자신으로 깨어 있을 수 있도록 밤마다 베풀어지는 자연의 은혜다.
몸철학의 실천: 밤의 치유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위대한 밤의 정화 의식, 오토파지와 뇌 청소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몸철학은 단순히 이론을 머리로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 몸이 보낸 신호에 응답하여 삶의 습관을 바꾸는 실천이다. 매일 밤 최고의 수면의 질을 확보하고 오토파지를 최대한 활성화하기 위해, 나는 세 가지의 구체적인 실천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최소 12시간의 완전한 공복을 유지해야 한다.
저녁 7시 이후로는 입을 닫고 내 몸에 완전한 공복을 선물해야 한다. 저녁 7시 이후 어떤 음식도 금지하고, 다음 날 아침 식사는 되도록 아침 7시 이후에 하여 최소 12시간 이상의 연속된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밤늦게 무언가를 먹고 잠자리에 들면, 우리 몸은 잠을 자는 동안 세포를 청소하고 재생하는 데 써야 할 고귀한 에너지를 위장 속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 전부 낭비해 버린다. 밤새 소화기관이 쉬지 못하니 잠의 질은 떨어지고, 오토파지 공장은 문도 열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12시간의 비움은 내 몸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도록 밤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내어주는 첫걸음이다.
둘째, 침실에서 스마트폰을 멀리하여 뇌가 깊은 잠으로 내려갈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폰을 들고 잠자리에 드는 나쁜 습관을 단호하게 끊어내야 한다. 머리맡의 스마트폰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뇌에 아직 낮이라는 착각을 주어 밤의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철저하게 방해한다. 잠들기 직전까지 자극적인 정보와 영상을 보면, 우리의 편도체는 다시 흥분 상태에 빠지고 뇌는 긴장하여 깊은 잠으로 내려가지 못한다. 잠자리에 들 때는 방을 완전히 어둡게 하고, 스마트폰은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 두어 뇌가 온전한 고요 속에서 씻겨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낮 동안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타인을 돕고 가치 있는 피로를 적립해야 한다.
낮 동안 몸을 아끼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여 가치 있는 피로를 적립해야 한다. 나는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가능한 한 몸을 많이 움직이려 노력한다. 단순히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한 운동을 넘어, 내 몸을 움직여 주변 사람들을 돕고 세상에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가족을 돌보고, 주변을 정돈하고, 내가 해야 할 일에 온 정성을 쏟다 보면 저녁 무렵 몸에 다소 기분 좋은 피로감이 찾아온다. 이 '가치 있는 피로감'이야말로 밤에 눕자마자 우리를 깊은 잠의 나락으로 이끌어주는 가장 천연적이고 강력한 수면제다. 낮에 치열하게 몸을 쓰고 기여한 사람만이, 밤의 정화라는 가장 달콤한 열매를 누릴 자격을 얻는다.
소중한 내 몸에 밤을 돌려주자
인간의 몸이 진화해 온 장구한 600만 년의 세월 동안, 인류는 언제나 해가 뜨면 몸을 움직여 활동하고 해가 지면 고요한 어둠 속에서 깊은 잠을 청했다. 진화는 우리 몸에 밤의 시간 동안 스스로를 고치고 비워내는 완벽한 복구 프로그램을 새겨놓았다. 현대 사회의 수많은 문명병과 만성 질환은, 어쩌면 우리가 자연이 준 이 밤의 정화 시간을 인위적인 불빛과 야식, 그리고 스트레스로 가로막았기 때문에 생긴 결과일지도 모른다.
장청뇌청(장이 깨끗하면 뇌도 맑다)의 기적은 낮의 채식과 밤의 단식, 그리고 깊은 수면이 삼위일체를 이룰 때 완성된다. 오늘 밤부터 저녁 7시의 비움을 실천하고, 침대 맡의 스마트폰을 치우며, 낮 동안 타인을 위해 기꺼이 쓴 몸의 피로를 안고 잠자리에 들어보자. 소중한 내 몸이 밤새 스스로를 맑게 씻어내고, 다음 날 아침 기적처럼 가볍고 맑은 생명력으로 보답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내 몸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 및 환경을 내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소중한 내 몸을 섬기는 진정한 몸철학의 완성이다.
👉 다음 글 바로가기 ⑤ 멍때림, 마음의 흙탕물을 가라앉히는 비움의 시간
몸철학 드림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