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로제타석이 나에게 던진 질문

나는 2012년 가족들과 이집트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원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외국에 가면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이 박물관입니다.
그중에서도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은 내 삶에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장소입니다.
일정상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고 고대 도시 룩소르를 둘러본 뒤, 여행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카이로에 있는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여행 마지막 날에 고고학 박물관을 방문한 것은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큰 소득이었습니다.
먼저 보고 온 이집트의 역사적 흔적들이 박물관의 유물들과 만나며 머릿속에서 한눈에 정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파라오의 황금 가면이나 미이라보다 훨씬 더 소중한 만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에서 마주한 로제타석

박물관을 둘러보며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로제타석(Rosetta Stone)'이었습니다.
로제타석은 1799년 이집트 북부의 로제타 마을에서 나폴레옹 원정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비석 조각입니다.
로제타석
로제타석

이 돌이 위대한 이유는 하나의 비석 위에 세 가지 서로 다른 문자(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이집트 민중문자, 고대 그리스어)로 동일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돌의 발견 덕분에 오랜 세월 비밀에 싸여 있던 방대한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들이 비로소 완벽하게 해독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나는 이 위대한 실물을 눈앞에서 보며 온몸이 흥분으로 가득 찼습니다.
물론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날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에서 본 것은 정교한 모조품이었고 진짜 실물은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로제타석을 살펴본 후, 방대한 양의 파피루스 기록과 영어로 번역된 설명글을 하나하나 모조리 읽었습니다.
그 안에는 동네 축제의 상세한 준비 과정부터 축제가 끝난 뒤 남은 제물의 목록까지 실로 소소하고 구체적인 일상들이 가득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그야말로 기록에 철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방대한 파피루스 기록에 없는 모세 이야기

하지만 기록에 그토록 철저했던 나라의 유물들을 마주하며, 당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내 마음에 의문 하나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토록 세세히 동네 축제 목록까지 파피루스에 기록한 나라인데, 왜 성서 속 모세와 그를 따르던 200만 명의 출애굽(Exodus)에 대한 기록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가?"

로제타석의 발견 덕분에 이집트의 상형문자는 완벽하게 해독되었고, 그들이 남긴 방대한 파피루스 문서들은 고스란히 번역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만약 성서의 기록이 역사적 사실이라면, 나라의 근간을 흔들었을 법한 그 거대한 사건과 엄청난 인구의 탈출이 기록으로 단 한 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로제타석, 성서를 다시 공부하게 인도하다

이 질문은 여행이 끝난 후 나를 치열한 성서 공부로 이끌었습니다.
신앙의 눈을 잠시 거두고 역사와 학문의 눈으로 텍스트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성서에 기록된 수많은 기적과 사건들이 실제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신학적 목적을 위해 편집된 서사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로제타석은 본래 인류를 고대 이집트의 신비로운 세계로 인도해 준 위대한 열쇠였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로제타석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보이지 않는 믿음의 굴레에서 벗어나, 역사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마침내 나를 교회 밖으로 걸어 나오게 해 준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 다음글 바로가기 ⑧ 백척간두 진일보

몸철학 드림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①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에서 도란 무엇인가?

③ 스트레스와 편도체는 왜 만병의 근원이 되었나

① 600만년 진화가 우리 몸에 새긴 비밀: 왜 채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