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백척간두 진일보
회사 퇴직 전 어느 날, 회사 후배와 술 한잔을 했다.
그 후배는 나에게 회사 생활을 하며 자아성찰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자아성찰을 자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하니, 그 친구가 참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친구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다. 매일매일 미래가 너무 두렵다고 했다. 그 막막한 마음을 알기에, 나는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라는 이야기를 그 후배에게 들려주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은 이야기라 대략적인 기억을 되살려 설명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선 최고 거상 임상옥과 추사의 글귀
조선시대 최고의 거상이자 거부였던 임상옥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 무역은 조공무역의 형태였기에, 조선에서 청나라로 갈 때 최고 귀한 특산품인 인삼을 가져가 팔고, 그 돈으로 조선 사대부들이 원하는 물건을 사서 돌아와야 했다.
문제는 조선 사신단의 사정을 빤히 꿰뚫어 보고 있던 청나라 장사치들이었다. 그들은 일부러 인삼을 사지 않고, 사신 일행이 조선으로 돌아가야 할 날짜가 임박하기만을 느긋하게 기다렸다. 가격을 후려치기 위한 수작이었다. 임상옥 일행은 어서 인삼을 팔고 청나라 물건을 사야 하는데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갔다.
이에 임상옥은 인삼을 헐값에 떨이로 팔아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마침 당시 함께 사신으로 왔던 추사 김정희를 만나 고민을 상담했고, 추사는 그에게 글귀 하나를 써 주었다. 방으로 돌아와 글을 펴보니 딱 일곱 글자가 적혀 있었다.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
백 척이나 되는 높은 장대 끝에서, 두려움을 딛고 한 걸음 더 내딛으라는 뜻이었다.
두려움을 태워버린 결단
다음 날, 임상옥은 청나라 장사치들이 보는 앞에서 마당에 가져온 인삼을 쌓아두고 불을 태우기 시작했다. 조선 사신단이 돌아갈 때가 되어 인삼을 헐값에 사려고 모여들었던 청나라 장사치들은 귀한 인삼이 타는 냄새를 맡고 깜짝 놀라 임상옥에게 달려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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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삼을 불태우는 임상옥 |
"왜 이 귀한 인삼을 불태우고 있는 거요?"
임상옥은 담담하게 말했다.
"조선에 돌아갈 때 어차피 짐만 될 테니, 아예 여기서 다 태우고 가려 하오."
그제야 다급해진 청나라 장사치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제발 인삼을 태우지 말고 자신들에게 팔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결국 인삼 가격은 치솟았고, 임상옥은 막대한 이윤을 남기며 조선 최고의 거부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두려움을 딛고 내딛는 한 걸음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은 단 하루도 주체적인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없다.
비록 장대 끝에서 떨어져 내리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하루라도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오직 백척간두에서 한 발자국을 더 내딛는, 그 용기 있는 몸짓 밖에는 없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후배에게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그러나 사실 나 역시 사는 것이 두렵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 그 누군가는 임상옥처럼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는 과감한 선택을 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사람들의 용기있는 발걸음을 통해, 우리 모두는 또다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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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철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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