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내 몸을 경외감으로 바라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믿어 왔다. 육체는 정신의 통제에 따르는 도구와 같은 것이라고 배웠고 그렇게 믿어 왔다. 그러나 몸철학은 한낱 도구와 같은 육체를 경외감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1. 경외감(敬畏感)이란 무엇인가
'경외감(敬畏感)'은 한자의 뜻 그대로 공경할 경(敬)과 두려워할 외(畏)가 합쳐진 감정이다. 즉, 어떤 대상의 위대함이나 신비로움에 압도되어 가슴 깊이 공경하고 존경하면서도, 동시에 그 거대함 앞에 자연스럽게 두려움이나 엄숙함을 느끼는 복합적인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무서워서 느끼는 공포와는 전혀 다른, 영혼의 떨림에 가까운 감정이다.
예를 들자면 부모가 갓 태어난 아이를 처음 마주 볼 때나,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과 그 너머에 펼쳐진 광활한 우주를 생각할 때, 혹은 압도적인 크기의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조각배를 탄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같은 것이다.
나는 태어나서 몇 번이나 내 몸에 대해 경외감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2. 간병의 고통 속에서 깨달은 몸의 절대성
나는 그런 감정을 성빈센트에서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암과 싸우며 고열과 혈뇨로 고통받는 누이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느끼기 시작하였다.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통받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들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 그들에게 종교를 가지라고, 하나님을 믿거나 부처를 믿으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절망적인 말인가?
처음 누이를 간병하기 시작한 얼마 동안은 나도 무책임하고 누이에게 절망적으로 들릴 수 있는 그런 말을 조금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곧 깨닫게 되었다.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그저 곁에 있어 주고, 그저 원하는 일을 거들어 주거나 대신해 줄 뿐이었다. 그들에게 생각을 바꾸고 희망을 가지라고 도저히 이야기할 수 없었다.
가족의 고통은 얼마 정도는 나의 고통으로 전이가 된다. 누이가 수술을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때, 나도 가슴속으로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비록 내가 환자는 아니었지만 나는 내 몸에 전이되는 고통을 느끼며, 몸이 고통스러울 때 정신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3.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착각
아주 간단한 사실이지만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서양의 철학이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서 마치 정신이 육체가 없이도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믿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도 간단명료한 사실이라 그것을 증명하라고 하면 나는 어처구니없다고 느끼고 실소를 날리지 않을까 싶다.
“몸이 없는 정신은 없고, 정신 없는 몸은 있다.”
이 말은 정신이 몸에 종속된 것이라는 말이다. 나라는 존재는 정신이 아니라 나의 몸을 말하는 것이고, 나의 몸이 곧 나인 것이다.
![]() |
|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경외감은, 내 몸을 정직하게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과 닿아 있다. |
4. 30조 개 세포와 미생물이 주는 경외감
나의 몸은 30조 개의 세포로 만들어졌고, 각각의 세포는 나라는 몸의 일부로서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한다. 또한 나의 몸속에는 30조 개에서 40조 개의 미생물이 나의 몸과 함께 살면서 소화와 면역기능을 강화한다.
어머니가 나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내 몸은 정확히 그 일을 수행하고, 어머니가 해 주시는 맛있는 음식을 행복하게 먹고 힘을 내는 것도 모두 내 몸이 하는 일이다.
내 몸을 이루는 30조 개의 세포 하나하나가 정확히 내 몸을 이루는 세포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고 각자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우주에 떠 있는 무수한 별들의 무리를 생각하며 느껴지는 경외감보다 더 큰 경외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내 몸에 대한 경외감을 느낀다면 내 몸을 함부로 다룰 수가 없게 된다. 내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 아무거나 내 몸에 넣을 수는 없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을 읽은 모든 분에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나는 태어나서 몇 번이나 내 몸에 대해 경외감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 다음 글 바로가기 ③ 스트레스와 편도체는 왜 만병의 근원이 되었나
몸철학 드림.

댓글
댓글 쓰기